Impromptu Inner Portrait


동네 친구 영진이랑 만나서 종종 산책을 하곤 한다.
다리 하나를 끼고 나는 이 편에, 그는 저 편에 산다.
그 다리 밑에는 천이 하나 흐르고 있다.
우리가 즐겨 만나곤 하는 곳은 이 천의 중간 즈음.
항상 나의 동네에서 그기로 가기 때문에
나는 당연스럽게도 이 방향으로 바라보는 천의 풍경에 익숙하다.
 
헌데 어느 날 작업실에서 집으로 가는 길, 실수로 지하철 한 정거장을 지나쳐버렸다.
영진이네 동네에서 내리게 된 나는 지름길이 아닌 천을 가로지르는 길로 걸어 우리 동네로 가고 싶단 생각을 한다.
그리하여 천 쪽으로 한 걸음 내 딛는데 이것이 정말 신기하다.
십여년을 살면서 수 백 번도 더 온 장소, 수 천 번도 더 본 천인데,
풍경이 다르다.
항상 우리 동네에서 저 동네 방향만 쳐다 보았기에 그 풍경에만 익숙해져 있었는데,
반대 방향에서 바라보니 우리 동네의 새로운 모습이 보인다.
굉장히 단순한 시점의 변화였는데, 나는 단 한 번도 이리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.

머리가 화끈해졌다.
아. 모든 것이 이와 같겠구나.
나 자신을 바라보려면 때로는 내 밖에서 물구나무를 서서, 반대로, 그렇게 봐야겠구나.
그러고서
그 주 프리마켓에 나갔는데

군인(이자 뮤지션)이 한 분 오셔서
병역 막바지에 이르렀다며 '말년'이라는 단어를 주신다.

순간 보았던 풍경이 떠오른다.
사람이 물구나무를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, 다시 새로운 순환을 하는 과정을 그린다.
끝이 시작을, 시작이 끝을 바라보는.
이 분의 말년이 이토록 새롭기를 바라면서.




<초선영의 즉석내면 초상화>

'자신을 대변하는 한 단어'를 주시면 그것을 내면을 표현하는 그림과 시로 즉석에서 표현해 드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. 
2009년부터 지금까지 뉴욕의 작은 바, 안국역 근방 길거리,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등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국적의 1000여명의 사람들에게 내면초상화를 그려드렸습니다.

최근에는 홍대 프리마켓과 희망시장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. (소액의 작업비를 받고 있습니다.)

매주 주말에 주로 활동하는데요,

정확한 일정은 bbs게시판 공지 & twitter로 띄우니

공지 확인하시고 찾아주시면 됩니다. :D


www.chosunyoung.com
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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